실종 사건을 '교통사고 사망'으로 조작한 경찰…경찰청 시스템까지 장악한 부실 관리의 민낯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의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뒤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사건 기록을 삭제할 때 거짓 사유를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1년 5개월간 298건의 실종 사건을 다룬 한 경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가 초래한 국가 시스템의 공백이다.
거짓 사유로 사건을 '삭제'한 경찰, 진실은 102일 뒤에 드러나다
경찰청의 실종자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주 실종 사망사건 관련해 허위 종결을 한 혐의를 받는 A 경장이 지난 5월 실종자 장미란 씨의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교통사고 사상자'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경찰은 A 경장이 지난 5월 15일 오후 9시 16분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상의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려고 '교통사고 사상자'라는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실종 신고 접수 후 채 3시간이 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된 것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전국 실종자 정보를 관리하는 경찰 내부 전산망이며, 실종자가 발견되거나 더 이상 관리할 필요가 없을 경우 담당자가 실종 상태를 해제할 수 있고, 실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건 자체를 관리목록에서 삭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관은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짓 사유를 선택해 기록을 삭제한 것이다.
1년 5개월간 298건을 혼자 종결한 경찰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것이 특정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 경장이 최근까지 실종팀에서 근무했던 1년 5개월 동안 담당한 사건은 298건에 이른다. 한 명의 경찰관이 거의 300건에 가까운 사건을 거의 혼자 처리하면서 적절한 감시나 검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60대 실종 남성에 대해서도 '소재를 발견했다'고 가짜 이유를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한두 건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인 형태의 부실 관리를 시사한다.
102일 뒤 발견된 진실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 15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2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만약 경찰이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훨씬 더 빨리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수사 지연으로 인한 증거 소실이다. 경찰이 재수사를 나설 시점에 이미 허위종결로 118대의 CCTV 영상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시스템의 공백을 드러낸 야간 당직이라는 허점
흥미로운 점은 사건이 특정한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부 경장 혼자 야간 당직 근무였던 날 저녁 무렵 접수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야간 당직이라는 허점을 노려 똑같은 수법으로 기록을 지웠다면 허위 종결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이 아니라, 관련 기사에서 다룬 바 경찰 조직 전체의 감시 기능 부재를 드러낸다. 야간 당직 근무 시간에 일 인 담당 상황에서 누구의 검증도 받지 않고 사건을 임의로 종결하고 시스템까지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것은 경찰 내부 통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실종자 보호라는 기본적 책무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그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까지 악용했다는 점에서 국민 신뢰를 크게 손상시킨다. 경찰청이 전국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명: 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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