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 300년 역사 속 지식인들의 사랑방
1683년 오스만 제국의 침략으로 남겨진 커피가 빈을 사로잡았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빈의 카페하우스 문화는 단순한 음료 공간을 넘어 프로이트, 트로츠키, 모차르트가 모여 역사를 만들던 지식인의 사랑방이었다.
커피 한 잔이 역사를 품은 도시, 오스트리아 빈
빈의 카페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신은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꿈을 분석했고, 레닌이 혁명을 꿈꿨으며, 모차르트가 음표를 휘갈겼던 공간. 지금껏 세상이 본 가장 우아한 지식인의 사랑방이다.
그때였다. 1683년, 오스만 제국의 빈 포위 이후다. 남겨진 것은 군마와 함께 파기된 커피 자루들뿐이었다. 아무도 이 까만 콩알이 빈의 역사를 어떻게 바꿀지 예상하지 못했다.
커피가 가져온 혁명: 1683년에서 1910년까지
빈의 커피와 카페하우스 문화는 17세기 말 침략한 오스만 제국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역사의 우연이자 동시에 필연이었다.
초반에는 귀족과 상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커피. 원두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 카페하우스는 권력층 남성들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이들은 카페하우스에 비치된 신문을 읽고 당구나 체스 등 사교 활동을 즐겼다.
하지만 이후 카페하우스는 가난한 예술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 레프 트로츠키, 당시 화가를 꿈꾸던 아돌프 히틀러 등이 이곳에 드나들었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카페하우스는 시인이나 소설가, 극작가 등 여러 문학인의 창작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카를 크라우스의 잡지 횃불이 많은 부분 카페하우스에서 쓰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유명한 카페하우스 저술가로 아르투어 슈니츨러, 알프레트 폴가어, 프리드리히 토르베르크, 에곤 에르빈 키슈 등이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심지어 우편물 배달 주소를 카페 첸트랄로 해두기도 하였다.
카페 센트럴, 300년 역사의 증인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성당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 센트럴은 1876년부터 긴 역사를 이어온 카페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140년의 역사를 간직한 카페 챈트랄이다.
카페 자체가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페 챈트랄은 합스부르크가 건재했던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카페에 들어서면 오스트리아의 괴짝 시인 페터 알텐베르크의 동상이 놓여 있고, 낭만주의 시대의 카페에 들어선 것처럼 낡았지만 기품 있는 탁자들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잔의 커피, 문화를 담다
카페하우스에서는 커피에 물 한 잔을 곁들여 낸다. 터키 커피와 비슷한 진한 블랙 커피가 모카라 불리며, 모카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커피 음료가 만들어졌다. 비엔나 커피는 사실 빈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대신 블랙 커피에 크림을 얹은 아인스페너를 이곳, 빈에서만 맛볼 수 있다.
카페 챈트랄에서 커피를 시키면 커피와 함께 꼭 물을 내놓는다. 먼저 물로 입안을 헹군 다음에 커피를 제대로 음미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빈식 예의, 빈식 철학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유산
2011년에 빈 카페하우스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왜 유네스코는 단순한 음료 공간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을까?
빈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한다는 뜻이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빈은 카페에 둘러싸인 도시라고 했을 정도로 빈 중심가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커피하우스가 1200여개나 영업 중이다.
도망 중인 반체제 인물들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 빈의 지식인 공동체는 아주 작아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알았으며, 이곳의 카페하우스는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토론과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었다.
당신도 그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빈의 카페를 방문하는 것은 박물관을 보는 것과 다르다. 당신은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카페 센트럴에 앉아 한 잔의 아인슈페너를 마실 때, 당신의 옆 테이블에 역사의 거인들이 앉아 있는 것이다.
특히 보행자 전용 거리인 케른트너 거리의 한쪽에 위치한 노천 카페촌은 단순히 커피만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는 곳이자 오스트리아의 정치인들이 모여 국정을 논하는 중요한 곳이다.
이것이 바로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문화다. 300년 전 오스만 군대가 버리고 간 커피 자루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오늘날 한국인 여행객들에게도 변함없이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시간이 느려지고, 커피가 깊어지고, 당신의 생각도 함께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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