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레트로가 핫하다면? 75년 전 파리 런웨이부터 시작된 역사
1971년 입생로랑의 40년대 컬렉션에서 시작된 레트로 패션이 2026년 봄 한국 패션계를 점령했다. 70년대와 90년대 무드가 부활하는 배경엔 AI 시대의 진정성 추구와 개인의 정체성 표현이 있다.
지금 또 '레트로'가 핫하다는 거 아시나요?
요즘 패션의 핫플, 강남역과 을지로에 가보면 어떤 공통점이 눈에 띌까요? 바로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옷들이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는 거예요. 1970년대와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무드가 두드러지고 있고, 색채와 소재에서는 현대적인 해석이 더해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타일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스스로도 의아했다면,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2026년 봄 시즌 런웨이를 휩쓴 레트로 무드는 사실 무려 55년 전에 벌어진 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거거든요. 그 역사적 여정을 따라가 보시면, "아, 그래서 지금 이 옷들이 유행하는구나!"하는 깨달음이 확 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 1971년 파리에서 시작된 레트로의 대사건
시간을 1971년으로 돌려볼게요.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이브 생 로랑. 디자이너 입생로랑이 1971년 S/S 컬렉션에서 1940년대 패션을 재현시킴으로써 레트로룩이 한 장르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당시는 기성세대의 패션이 절대적인 룰이던 시대였거든요. 그런데 생 로랑이 갑자기 과거로 가서 옷을 가져오다니—이게 얼마나 파격적인 일이었는지 상상해 보세요. 마치 요즘 유명 래퍼가 갑자기 팬시한 장난감 패션을 입고 나타나는 것처럼요.
더 흥미로운 건, 레트로라는 단어는 1970년대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영국을 통해 영어권 국가까지 널리 확산하면서 패션, 인테리어,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레트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즉, 1970년대 파리에서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 거죠!
그 이전엔 어땠을까요? 포스트모더니즘이 1960년대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문화운동을 일컫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 특성 중 하나인 절충주의 즉 기존의 것에서 유용한 것을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재창출한다는 의미에서 레트로의 개념은 포스트모더니즘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학자들은 분석합니다. 쉽게 말해서, 과거의 것에서 좋은 부분을 골라 지금의 감성으로 새로 만든다는 거예요.
그 다음은 1990년대 말... 그리고 지금 2026년
흥미롭게도 청청패션, 무스탕 소재의 유행 등은 보통 25~30년을 주기로 돌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정말로 그럴까요?
시간을 한 세대 점프해 봅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즉 'Y2K 시대'가 왔어요. 유행은 20년마다 돌아온다는 공식을 증명하듯 2~3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Y2K 스타일은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를 기점으로 패션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Y2K는 무엇인가요?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 숫자 '2', 1000을 나타내는 'Kilo'를 결합해 2000년을 의미하는데 주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통칭한다는 건데, 당시엔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탑, 허리선이 낮은 청바지, 반짝이는 벨벳 트레이닝복이 '힙'했어요. 그 옷들이 지금 다시 런웨이에 나타났다는 거죠!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지점
그런데 여기가 핵심입니다. 왜 하필 지금 다시?
많은 연구와 매체에서 레트로의 유행 원인을 '경제 위기'로 꼽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거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크게 흥행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레트로 열풍이 본격화되었고, 20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레트로가 재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은 어떤 위기를 느끼게 되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느끼며, 레트로는 세대 간의 연결고리로서 작용될 수 있는데, 레트로가 기성세대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일으킨다면,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레트로의 아날로그적 느낌은 새롭고 독특한 매력이 된다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2026년 현재는 어떤가요? 바로 AI 시대의 도래예요. 변치 않는 고전적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를 통해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흐름이 근본이즘이며, 근본이즘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시간이 축적한 진정성을 미래로 전이하는 과정이고, AI가 발전할수록 근본의 진정성과 인간만의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거죠.
더 구체적으로, 근본이즘은 전통, 클래식,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관심 증가와 결부되어 있는데, 단순히 옛날 것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장인정신, 전통 등 고유의 역사가 가진 가치를 조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이 강조합니다.
더해서, 부모 세대가 20대에 향유했던 패션을 지금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다보니 레트로 패션을 의미하는 다양한 신조어도 탄생했으며, 개성 있고 신선함을 표현하는 신조어 힙과 레트로를 결합한 단어 힙트로, 젊은이를 붙여 영트로, 새롭다를 더해 뉴트로라 부른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알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
패션은 그 시대의 거울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레트로 패션 문화는 회고 대상을 이상화시켰지만, Z세대는 회고 대상에 대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들만의 문화적 코드로서 융합시킨다는 것입니다. 즉, 밀레니얼 세대는 "아, 그때 저런 거 입었지~" 하지만, Z세대는 "이거 좋은데? 내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볼까!" 하는 거죠.
뉘앙스를 아세요? '레트로' vs '뉴트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뉴트로가 한 해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꼽혔으며,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과거의 산물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는 의미이고, 즉 옛것을 반복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기성 세대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문화현상이다고 정의됩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까지 함께
패션만 돌아오는 게 아닙니다. 김태호 PD가 새롭게 선보인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전국에 공연을 다니며 당시 유행했던 노래와 패션을 그대로 선보이고 있으며, 극장가에서는 1990년대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돌아오고 타이타닉도 25년 만에 재개봉했다고 알려졌어요.
브랜드까지 부활하다
가장 놀라운 건 기업들의 움직임입니다. Y2K 스타일 열풍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패션 브랜드와 각종 아날로그 제품까지 부활시켰으며, 청바지 브랜드 리,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토종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 코오롱FnC의 스포츠 브랜드 헤드도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전해집니다.
당신도 뉴트로 했을 수도?
사실, 우리는 이미 뉴트로 속에서 살고 있어요. 트렌드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고, 수선과 리폼을 통해 옷장을 재구성하는 지속 가능한 스타일링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2026년 패션 트렌드는 말합니다.
2026년 봄, 누가 레트로를 주도할까?
생각해 보니, 지금 거리를 가장 힙하게 거니는 사람들을 봐요. 그들은 199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입니다. 더 정확히, 1990년대 유행했던 패션이 1980년대에서 2000년 초반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혹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되어 있어요.
패션이란 게 신기하죠? 수십 년 전의 옷이 어느 날 갑자기 "이게 핫하다!"가 되고, 그 옷을 입던 기성세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쁘고... 정말 "타임캡슐을 열어본" 기분이 드는 거 있지 않나요?
2026년 봄, 길거리에서 70년대 벨벳 재킷과 90년대 크롭탑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니는 모습은 단순한 옷의 재탄생이 아닙니다. 그건 패션이라는 언어로 세대 간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고, 과거의 진정성을 현대의 개성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 옷이 왜 나왔을까,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지금 다시 돌아왔을까. 이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그게 바로 트렌드를 읽는 비결이자,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마법인 것 같아요.
기자 : 최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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