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 왜 2016을 그리워할까? 향수 트렌드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틱톡에서 160만 개 영상이 올라오며 화제인 '2026 is the new 2016' 트렌드. 현재를 힘들어하는 세대들이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와 향수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오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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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160만 개 영상이 올라온 '2026 is the new 2016'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거야. "2016년? 그게 뭐가 좋은데?" 하지만 지금 Z세대는 열광하고 있다. "2026 is the new 2016"이라는 트렌드가 유행이며, 틱톡에서는 '2016' 키워드 검색량이 이전보다 4.5배 이상 급증했고, 160만 개 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서도 '#2016감성(2016aesthetic)', '#2016바이브(2016vibes)'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3,700만 개 넘게 올라왔다.

2016년 스타일로 사진을 보정하고, 구글 픽셀 2 카메라처럼 따뜻한 톤으로 현재를 담아내고 싶은 충동. 당신은 이런 이상한 그리움을 느껴본 적 있나?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17세기부터 의학도가 발견한 '향수병'의 탄생

흥미롭게도 이런 향수(노스탤지어) 감정은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과거 노스탤지어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였다. 17세기 스위스 의학도인 요하네스 하퍼는 해외 여러 나라에 파견된 스위스 용병 중 심한 우울증, 극심한 피로, 소화불량, 발열 등의 공통적인 증상군을 보이는 환자군을 발견했다. 당시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는 감정이 그렇게까지 강력해서 신체 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의 이해가 진화했다. 20세기 넘어서 노스탤지어는 '향수병', 즉 질병의 의미보다 '향수', 그리웠던 시절의 사람, 시간, 공간의 과거 기억으로 이해되었다. 죽음에 이르는 질환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psychological resilience, 심리적 회복 탄성력) 우리 뇌의 생명현상으로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향수의 위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이것이다. 우리는 행복할 때가 아니라, 가장 힘들 때 과거를 그리운다는 것. 노스탤지어는 아무 때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슬픔, 외로움, 무의미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컸을 때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무거운가? 전문가들도 이런 포인트들을 'Back to 2016' 트렌드의 주원인으로 짚어본다. 코로나19, 전 세계적인 갈등, AI와 SNS에 대한 피로감이 존재하기 전 과거에 대한 향수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거다.

우리는 2016년이 정말 행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이 너무 복잡해서 과거를 그리워한다. 인공지능이 일상을 점령하고, 쇼츠와 틱톡이 우리의 주의력을 갈기갈기 찢는 이 시대에서 말이다.

뇌과학이 증명하는 향수의 진짜 힘

2016년 도쿄도립대학 연구팀의 발견이 우리의 감정을 뇌과학으로 증명했다. 노스탤지어를 경험하는 동안 뇌의 기억과 관련된 해마 영역과 보상기전과 관련된 뇌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의미는 도파민과 관련된 뇌 보상 영역의 활성화다. 도파민은 우리가 짜릿한 행동을 하면 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계속 추구하는데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결국 향수는 '약한 감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뇌의 비상신호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노스탤지어를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내기 위한 뇌의 생리학적 방어기제 그리고 '살아 가기 위한 강한 동기(strong motivation to live)'로 이해했다.

역사 속 향수, 인류와 함께 진화하다

놀랍게도 향수 감정은 17세기 스위스 용병들보다 훨씬 먼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감정'이 아니라 '냄새'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향기를 통해 과거를 소환해왔다. 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향수(香水)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약 5,000년 전의 고대 사람들이 종교적 의식, 곧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신을 만나기 위해 향을 태우던 고대인부터, 소풍 가서 시골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까지. 향기가 시간을 여행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왜 다시 2016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정말 2016년이 좋았나? 아니다, 그땐 IMF 때도 아닌데 청년 실업률이 최고였고, SNS 피로감도 있었고, 정치도 혼란스러웠어.'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시절을 황금기처럼 추억할까? 정말 2016년이 그렇게 특별한 해였던 걸까, 아니면 2026년의 우리가 무언가 잃어버린 걸까?

그 답은 단순성에 있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지친 사람들이 순수한 감성을 다시 찾는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들에게 2016년은 지금보다 덜 복잡하고, 덜 계산적인 순간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당시엔 네이버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면 누군가 '이웃'으로 와서 댓글을 남겼다. 틱톡 알고리즘이 없었다. 포켓몬 GO를 할 때 사람들은 정말 밖에 나가 걸었다. AI는 우리 옷장에 옷을 추천해주지 않았다.

아, 이래서 지금 2016을 그리워하는구나!

2026년 우리가 느끼는 향수는 결코 약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 인류의 본능이다. 복고가 아니라 구원이다.

당신이 2016년 감성의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그것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나는 아직 인간이고, 감정을 느낀다'는 확인 신호다. AI 시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방식. 얼마나 감성적인가.

이제 우리는 안다. 향수란 약함이 아니라, 견디는 힘이라는 것을. 고대의 사제들이 신과 만나기 위해 향을 태웠듯이, 우리도 2016의 따뜻함을 마주하며 현재를 견디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것은 꽤 멋진 일이다.


이 트렌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영화/드라마/책 추천:

  • 영화: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시즌 등 당시 공개된 콘텐츠들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80년대 감성으로 무장한 이 시리즈는 왜 2026년 다시 주목받는가? 아마도 그 속에 담긴 '단순한 두려움'에서 위로를 찾기 때문일 거다.

  • : 《트렌드 코리아 2026》은 "AI 대전환의 시대, HORSE POWER"라는 문제의식 아래 앞으로 1년을 움직일 핵심 흐름을 짚어주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들을 보면, 우리의 향수 트렌드가 얼마나 절실한지 이해할 수 있다.

핵심 질문:

당신은 2016년의 어떤 순간이 그리운가? 그 그리움은 정말 그 시절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의 불안함이 만드는 그림자일까?

기자명: 오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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